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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 모음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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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이지 않는 길 위 (2017.02.12)시 모음집 2022. 11. 8. 23:35
눈을 감고 한 발을 내딪는다 손을 휘저으며 발은 보폭이 작아지고 귀와 코는 제 발에 놀라 언성을 높인다 음영에 비친 감촉과 떨리는 목소리 겁먹은 몸짓들은 조그마한 것에 움츠린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식은땀에 한숨을 들이쉬며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음으로 세아릴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쉰소리 피를 끓고 내 앞이 강인지 바다인지 땅인지 가시인지 불인지 바람인지 확실치 않는 한발씩 한발씩을 벽에 부딪히고 돌뿌리 나무뿌리에 생채기 핏물을 묻혀가며 떨어지기를 수십수만 그러다 벽에 기댄다 다시 앞에서서 벽에서 한발짝 뒤 넘지 못 할 벽을 쓰다듬다가 순간 들리는 딸깍 소리에 서서히 암전을 채우는 빛들을 보며 무릎 꿇고 목놓아 흐르는 눈물에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