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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가 맑은 공기와 함께 떴다 제일 처음 빛이 든 곳은 하얗게 쌓인 눈밭 그다음은 꽃과 새가피어나는 과수원으로 그다음은 아이들이 뛰노는 냇가로 그다음은 허수아비가 서 있는 벼있는 논들로 비친다 마지막으로는 허름한 초가집과 앙상한 가지를 비추었다 그리고 해는 서쪽으로 졌다 하지만 해 진 후에도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졌다
하얗게 쌓인 눈 위로 눈살 찌푸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 눈이라면 사정을 못 쓸 나이임에ㅏ도 내일 있을 일 때문인지 눈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
알고 싶다 저 안개꽃 꽃 갯수를 알고 싶다 저 장미 가시 객수를 그리고 저 피지 않은 꽃 수술 갯수를 알고싶다 들판에서 많고 많은 꽃들을 헤아리자니 눈에 이슬이 맺혀온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저 예쁜 꽃을 이제는 알고 싶다
참 맑고도 어여쁜 하늘이 내 앞에 앉아있다 날 향해 보지 않고 날 향해 한마디 말조차 걸어주질 않는다 그래도 나는 그 하늘을 보며 입꼬리 내려간 상쾌한 웃음을 짓고 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저기 구름에 가려있는 볼 수 없는 곳이다
저기 저 대 숲은 날 위해 안개를 품고 이슬을 머금고 있다 대나무는 날 위해 애쓰건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휠까 손조차 못 대고 그저 60년 화사한 그 모습이 피기를 기다릴 수밖에
너무 느린 저들은 언제나 내 앞에 있다 나는 이렇게나 빠른데 항상 저들보다 뒤처진다 난 저들 앞에 서려고 열심히 뀌지만 결코 앞으로는 나아가질 않고, 앞에 있는 자들은 그저 나의 땀방울 만을 두려워한다 누군가 나에게 느리게 걸어보라 했지만 나의 머리만이 이 말을 들은 자리에 머물 뿐... 이제 나는 나의 쓴 땀방울을 삼키고 싶을 뿐이다
세상은 온통 시끄럽다 작은 네모 박스에서 웃고 울고 우리 가족은 모두 밥상과 상자를 번갈아 가면서 본다 내가 나의 귀를 음소거 시켰을 때 우리 집에는 밥그릇에 고기반찬만 얹고 있다
아픔이란 이런 것이었던가 나를 무념에 놓이게 하고 당신을 더욱 그립게 하는 것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게 하고 나를 이렇게나 힘들게 하는 그 이름 이별 작은 밀실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도 결국 아픈 것은 나이기에 그대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나는 이별이 싫다